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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사우(文房四友)

세월(世月)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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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빈낙도 댓글 0건 조회 318회 작성일 23-10-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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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달은 여렸다.

 

꼭 그래야 했나

 

살며시 뿌려놓고 간

눈 아래

무말랭이처럼 귀기울이다 떠난

세월(世月)을 보고

갈 곳 없어

문을 열면

달그닥 달그닥 찾아온 겨울,

 

동지(冬至)에 배고픈

젊은 달,

아궁이따라 눈물을 훔치며

자꾸 창문을 열어본다.

 

세월(歲月)

버스로 지하철로 실어나르다

눈을 뜨니 중천(中天)이었고,

눈을 감으니

달은

세상(世上)을 쓴다.

 

지루한

욕정(慾情)에도 그릇은 넘치고

사랑에 빠진 시간은 짧기에

반달은

나가는 가을을 바라본다

 

꼭 떠나야 했나

 

사는데

감사한 적 없기에

달의 숨을 들으며

예순짜리 지갑에

겨울을 넣고

세월(世月)을 읽다.

 


<김세을>



출처 : 김세을, [세월을 읽다], 사)콘텐츠경영학회(2023), 85~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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